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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작업 일지를 쓰겠다고 이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1년이 다 되도록 잊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더미북 전시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결국 한 곳과 계약하게 되었다. 임신 기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작업했고, 7월이 되어 책으로 나의 그림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첫 책을 낸 벅찬 마음이 물 아래로 가라앉고 나니 나의 부족함이 투명히 떠올랐다. ‘아, 이 장면은 이렇게 할 것을. 이것은 또 이렇게 할 것을.’ 아쉬움이 새록새록 올라오지만 책이란 것은 내고 나면 수정이 불가능하다. 오 마이 갓!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작업을 더욱 훌륭하게 만드는 것.
오늘부터 시작한 ‘30일 동안 매일 그림 올리기 챌린지’와 몇 주 전 데일리 드로잉으로 시작했으나, 까먹기를 밥 먹듯이 해서 3~4일에 한 번꼴로 그리게 되는 펜 드로잉. 오늘 자 작업물들이다. 이제 운동을 다녀와서 오후에는 그림책 구상을 좀 더 구체화해 봐야지.
잘하고 싶은 마음은 고통스럽지만, 다행인 것은 내가 낳은 아이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럭무럭 성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은 똥과 오줌을 갈아 주는 것, 젖을 열심히 짜는 것뿐인데.
작업도 똥오줌을 치우듯, 내 안에서 계속 생성되는 젖을 생각 없이 짜내듯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가처럼 성장해 있을지도.
유진 선생님께서 그림에 대한 칭찬을 듬뿍 해주셨다. 그림을 의뢰하고 싶을 정도로! 라고 말씀해 주셨다. 부럽다고까지!! (으아! 감격.. ㅜㅠ) 유진 선생님은 늘 겸손하시고 따뜻하시고 자상하시다. 그런 부드러운 마음만이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나 보다. 글에 관해서는 기존의 형식, 그림책 형식에 내 이야기를 가미한 느낌이라 아예 창의적으로 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출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독립 출판 이라도 형식을 깨는 글의 방향으로 작업을 하고 그것이 내 그림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하셨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쓰고 있던 것은 아닐까? 늘 나의 그림에 대해 위축되고 불안하고 스스로를 의심했었는데 그림의 표현력을 너무나 칭찬해 주셔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쩍 생겨 버렸다. 무언가가 되기 바로 직전인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천상현 선생님께서도 그런 비슷한 표현을 하셨다. 나는 지금 계란을 깨기 직전의 병아리인가 보다. 내년 5월 전시에 참여 가능하다고 해주셔서 그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선생님께서는 기존의 더미북을 수정하는 것 보다는 새로 작업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니 수정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어 기뻤다. 새로운 작업에 바로 착수 해 보아야지!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계속 작업을 해도 좋겠다고, 충분한 저력이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나는 늘 내 재능을 의심하고 나의 가능성을 재단하고 한계를 상상했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오려고 차를 타는데 처음으로 어떠한 확신이 생겨버렸다. 임신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기간에 임신임을 확신했던 것처럼 (착상하는 과정을 다 느껴버림!말이 되냐구!) 나는 잘될 것이라는 어떠한 확신이 마음에 번졌다. 전시가 끝나면 어서 컨디션과 정신을 다시 회복해서 작업에 매진할 것이다. 작업이 너무 즐거울 것 같다.